[월드컵] 아쉬운 우르과이전 - 감독없는 팀의 한계

2010. 6. 28. 11:08Sports/Soc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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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아쉬운 경기였습니다.

우르과이전은 우리 선수들이 이번 월드컵의 경기에서
가장 좋은 경기력을 보이며 분전했지만

박주영의 골대맞는 볼이 승부를 암시했던 것인지
남아공의 비가 슬프게 느껴지게 되었습니다.



주요한 패인은 역시 고질적인 수비불안일 것 입니다.


근본적인 원인은
전 대회 우승국인 이탈리아의 장단신 중앙수비 조합을 추종하려 했던
명제부터 문제가 있었습니다.


몸에 맞는 않는 옷을 억지로 입으려고, 몸을 맞추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시간은 시간대로 소비하고, 전술은 전술대로 엉성한 상태로

실패했습니다.

다만, 월드컵 4강의 유산 덕으로 16강만을 이뤘을 뿐입니다.


역대 최다의 해외파에 걸맞는 전술로
디펜딩 챔피언인 이탈리아의 카테나치오를 생각한 듯 하지만

아직 일반적인 4백 시스템도 제대로 소화내지 못하는 국내 프로축구 현실에서
첫단추를 잘못 꿰어 나머지 단추마저 어긋나게 되었습니다.


코칭스태프의 이탈리아 축구의 모방을 위한 이해부족과 부족한 수비철학으로 인해
중앙수비인 조용형의 짝찾기에 여러 선수들을 시험해 봤지만
수비 불안은 여전
했습니다.


여기서
가장 간과한 것이 수비형 미드필더의 능력이었습니다.


일반적인 4백의 중앙 수비가 장신 두명으로 구성되는 것과 달리

장단신 중앙수비는 수비형 미드필더가 가세해서야
비로소 일차적인 수비 퍼즐의 형태를 갖춤을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여기서 2007년 12월 출범한 허정무호는 대부분의 시간과 노력을 소비하고도
수비혼란 속에 불안이 지속되었던 주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내의 양쪽 윙백 역시 이런 형태에 적응하기 어려워서
많은 변수 속에 코칭스태프의 판단 미스는 계속 됩니다.


월드컵본선에 다가와서야 합류한 차두리나, 이영표로 인해 다소 안정되기는 했지만

그들 역시 소속 팀에서 접하지 못한 것으로 정도차가 있을 뿐
혼란에 따른 불안은 마찬가지 였을 것입니다.

단 몇 차례의 평가전으로 이런 수비형태에 적응하기 어려웠고
결국 본선에서 치명적인 실수로 나타나게 됩니다.




이런 판단 미스를 바로 잡을 기회는 있었습니다.
본선 월드컵 엔트리 발표 후 조용형의 부상을 대비한
중앙수비로 곽태휘 - 이정수 조합을 시험했을 때

훨씬 안정된 수비력을 보여 주었습니다.


여기서 또 한번 코칭스태프의 문제가 드러났는데
수비형 미드필더에서 중앙수비를 잘 보완하는 선수만 선호했지

포지션 본연의 능력을 검증하거나 발전시키는데 소홀히 해서
본연의 역할에서 김정우는 어정쩡한 모습을 보입니다.


엔트리 마감 시점에 코칭스태프는 선택해야 했을 겁니다.

자신들이 계속 실험해왔던 장단신 중앙 수비 조합으로 김정우를 살리고
차두리, 이영표를 적응시키느냐
...

아님 김정우로 하여금 일반적인 수비형 미스필더의 역할을 맡기느냐...

아마도 김정우 쪽이 리스크가 더 크다고 판단하고

월드컵 4강 멤버를 과신하여
차두리, 이영표 쪽을 본래 계획대로 적응시키기로 결정한 듯 합니다.

기대를 가지고 지켜봤지만 예상했던 문제들이 그대로 드러나니
더욱 안타깝더군요.



이번 월드컵에서 무지한 지도자가
우리 현실을 간과하고 단순한 축구 강국의 모방이

어떤 결과로 나타나는지 잘 보여주었습니다.


박지성 선수가 말한대로 이번 국가대표팀은 역대 최강이었습니다.

그러나 코칭스태프는 아니었습니다.

이제 과거 영광의 후광은 거의 사라질 겁니다. 
이청용 외엔 다음 월드컵를 기대할 선수가 아직은 없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또 어딘가에서 어린 새싹들이 자라고 있음을 믿습니다.


혼신을 다했지만 ...

비에 젖은 머리에 고개 숙이며 퇴장하는

대한민국 주장 박지성의 모습에 가슴이 찡해 집니다.

대한민국 화이팅~~~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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